<집중분석>공멸 위기 日 휴대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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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공멸 위기 일본 휴대폰 ‘왜?’’

日 휴대폰 화두는 ‘합종연횡’
내수 포화•수출 부족 등 내우외환, ‘통합’ 촉발
우물 안 개구리 비판 속, “해외수출” 한목소리


지난 9월 14일, 일본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NEC와 카시오, 히타치가 공식 통합을 선언했다. 이들은 내년 4월 ‘NEC카시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 통합을 완료한다.

   
▲ 일본 휴대폰은 자국내에서만 최고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빗댄 자아비판도 이때문이다.

이번 휴대폰 3사의 통합 결정은 일본 휴대폰 제조업체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된다. 이미 일본 휴대전화 업체들은 자국 내수 포화에 따른 판로 부족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국 시장에 안주한 결과”라는 비판은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삼성•LG전자의 벤치마킹으로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미쓰비시가 지난 2008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산요는 자사 휴대전화 사업을 교세라에 매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자국 업체간 제휴는 물론, 해외업체 매각 가능성까지 일본 휴대폰 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글/박영주 기자(yjpak@cellular.co.kr)

3사 통합과 관련, 이미 이에 대한 논의는 일본 휴대폰 업계 침체가 본격화 된 2007, 2008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일본 휴대폰 시장규모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

통합 3사 상호간 기술과 시장을 보완, 시장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개발비용 절감 등에 대한 기대가 통합의 동인이라는 설명이다.

   
▲ 일본 휴대폰 업계는 내수 포화와 수출 부진이라는 내우외환 속, 합병 등을 통한 활로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NEC측 관계자는 통합 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며, “아울러 해외 시장은 향후 3G 및 LTE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일본 업체에게 다시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8개 휴대폰 제조업체 중 통합 효력을 발휘하기 쉬운 회사끼리 이번 비즈니스 통합에 이르렀다고 그는 덧붙였다.

NEC•카시오•히타치 ‘휴대폰 통합’ 신호탄?
3사 통합은 NEC가 70% 지분을 갖고 자회사로 흡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NEC가 올해 안 100% 자회사를 설립, NEC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하고, 지난 2004년 히타치와 카시오가 휴대전화 개발 부문을 통합, 설립한 합작회사 ‘카시오히타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CHMC)’를 내년 4월 흡수하게 된다.

   
▲ NEC와 카시오히타치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CHMC)가 내년 4월 통합을 결단했다. 일본 휴대폰 업계 합종연횡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사진출처: www.itmedia.co.jp)

통합 이후 새로운 회사의 명칭은 ‘NEC CASIO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로, 자본금은 10억엔(NEC 66 %, 카시오 17.34 %, 히타치 16.66 % 출자)로 시작한다. 내년 6월, 자본금은 50억엔으로 증자되며, NEC•카시오•히타치 각각 70.74 %, 20.00 %, 9.26 % 출자비율을 갖는다. 종업원 수는 약 1300명.

3사 통합을 통해 이들은 현재 일본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샤프를 밀어내고 조기에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점유율은 19%(08년 890만대) 정도.

해외 휴대폰 시장에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 현재 내수 위주 시장 점유를 해외로 확대, 현재 15~20%에 불과한 해외 비중을 2012년 50%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3G 서비스 활성화 및 2010년 LTE 도입 등 시장 환경도 자국에 유리하다는 판단. “일본의 기술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현재 해외 단말기 수출은 버라이존에 단말을 공급중인 카시오 브랜드가 유일하다. NEC는 2006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이력이 있다. 통합 회사는 기술력을 활용한 고기능 단말기를 먼저 미국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미 연간 1억대 이상의 단말기를 전세계 판매하는 노키아나 삼성전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 보다는 기술적인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단말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통신 플랫폼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 박형화 기술 등에 강점을 갖는 NEC는 현재 NTT 도코모와 소프트뱅크 모바일 단말기를 개발•제조하고 있다. 카메라와 방수 성능, 영상 기술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CHMC는 KDDI(au)와 소프트뱅크 모바일, 미국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한국 LG텔레콤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날 통합 간담회에서 밝힌 2012년 판매 목표는 내수 700만대, 해외 500만대 등 총 1200만대다.

출범 이후 상표에 대해서는 NEC, 히타치, 카시오 각 브랜드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단말 공급처 역시 그대로 유지해갈 방침이다. CHMC 역시 공동개발 제품이지만, 각자 브랜드로 제공해 왔다.

한편, 이들 3사 통합 외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의 제휴 요구가 있을 경우, 이 역시 검토할 수 있다는 게 통합 3사의 입장이기도 하다. 기준은 ‘시너지 효과’다.

日 휴대폰 ‘내수 줄고, 수출 안되고’
일본 휴대폰업계는 이번 ‘3사 통합’ 이전에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분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핵심 부품 기술 등 원천기술 외, 고급 단말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 등을 갖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자기반성에 다름 아니다.

사실, 일본의 이동전화 서비스 진화는 눈이 부실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LTE 등 4G 서비스를 제공할 국가로 꼽히는 것은 최근 대표적인 사례다. NTT 도코모를 필두로, 이미 상용 수준의 4G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1위 이동전화 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지난 1999년 세계 최초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i모드’를 내놓고, 일본 내외 통신업계를 휘저었다. 이 당시,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i모드를 앞세워 도코모는 유럽•미국 시장 통신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도 했다.

   
▲ 뉴욕타임즈는 최근 기사에서 일본 휴대폰이 ‘하드웨어’만 있을 뿐, ‘소프트웨어’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히타치의 야심작인 ‘Mobile-Hi-Vision-CAM’. 캠코더를 닮은 휴대폰으로 눈길을 끈 제품이다.

2001년 최초로 W-CDMA 방식을 채용한 3G 서비스 ‘FOMA’를 출시, 톡톡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물론, 일본 내 이통 서비스의 이른 3G 진입은 이전 자국 2G 서비스인 PDC의 한계를 여실히 깨달은 탓이긴 했다. 이동전화 서비스 흐름이 월드와이드 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독자 PDC 방식을 통해 그야말로 일본 내 이동전화 서비스는 우물 안 개구리에 처한 것.

도코모의 FOMA 개시에 대응, CDMA방식 이통사인 KDDI는 CDMA 2000 1x EV-DO방식 ‘CDMA 1X WIN’으로 맞불을 놓았다. 3.9G 혹은 4G 서비스의 내년 상용화 장담은 이러한 서비스 진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단말 산업.

매달 일본 휴대폰 내수 실적을 집계, 발표하는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최근 밝힌2009년 7월 휴대전화(PHS 제외) 국내 출하 대수는 216만 5000대. 전년 동월 대비 69.3%로 13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다. 2008년 총 출하대수는 4038만3000대로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휴대폰 보급률이 90%를 훌쩍 뛰어넘어 시장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통사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른 단말 가격 인상으로 교체기간이 줄어든 데 따른 시장 감소라는 분석이다.

이번 3사 통합 발표 자리에서도 “휴대전화 국내 시장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국내 8개 휴대폰 제조업체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말업체 수익성 악화는 위기설의 또 다른 근원이다. 다기능•고급화로 대표되는 단말 진화에 따라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해지면서 제조업체 수익성이 더욱 악화돼가는 실정이란 것이다.

결국, 내수를 뛰어넘어 해외 진출에 승부수를 띄우지 않으면 8개에 달하는 일본 휴대폰 제조업체의 생존은 담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이번 NEC 등 3사 통합은 이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앞으로도 유사한 ‘합종연횡’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日 휴대폰 추락 ‘왜?’①자족(自足)이 화근?
일본 휴대폰 업계 추락에 대한 진단은 여러 갈래로 진행돼 왔다. 시각에 따라 처방도 다소 다르긴 하다.

사실, 일본의 휴대폰 기술력은 현상 이전, 전세계 휴대폰 트렌드를 선도해온 게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카메라폰(2000년)과 뮤직폰(2002년)은 일본 휴대폰에서 시작됐다. 1999년 이메일 기능, 2001년 3G 지원, 2004년 전자지불, 2006년 원세그(모바일TV) 제공 등 혁신적인 기능의 태동은 대부분 일본 업체의 몫이었다.

PC보다 휴대폰을 통해 더 많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일본 사용자들은 이미 1억명이 넘게 3G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 일본의 ‘지상파DMB’로 불리는 ‘1세그(1SEG)’ 서비스는 2006년 4월 1일 방송을 개시했다.

그렇다면, 왜, 일본 휴대폰이 작금 세계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일까? 소니에릭슨을 제외하고 ‘빅5’에 드는 일본 업체들은 왜 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순수 일본업체로 보기 애매한 소니에릭슨조차 형편없는 시장점유율로 이미 5위에 내려앉아 있는 상태.

일본 휴대폰이 국제화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뉴욕타임즈 기사가 가장 회자됐다. ‘왜 일본 휴대전화들은 국제화되지 못했나’라는 글을 통해 일본인 기자는 ‘좁은 틀 속에 갇힌 자가당착적 현상’인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인용,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일본 무선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시 나쓰노 도쿄 게이오대 교수의 지적이다. 도코모 i모드 개발자인 나쓰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휴대전화들은 다윈이 갈라포고스 군도에서 맞닥뜨린, 본토의 동종 생물과 달리 환상적으로 진화하고, 전혀 다른 모습이 돼버린 특정 지역에 한정된 종과 같다.”

뉴욕타임즈는 그 원인으로 일본 휴대폰 업계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내수 활황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시장에 접목되지 않는 신기술 개발로 스스로 고립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PDC와 i모드, 2001년 도입한 3G 등 ‘지나치게 앞선’ 제품들이 해외 수요를 개척하는 데 장애가 됐다는 분석이다.

나쓰노 교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 해소를 위해 일본 휴대폰 업체들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해외 인재를 들이며, 일본 이통사들이 해외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늦지 않았다”는 격려도 이 신문은 잊지 않았다.

日 휴대폰 추락 ‘왜?’②단말 ‘유통’이 없다?
이통사와 단말제조업체간 수직적 종속관계가 현재 일본 휴대폰 업계 위기를 몰고 왔다는 지적도 있다. 단말 유통권을 이통사가 갖는 특수한 구조가 현재 단말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것.

일본 제조업체 경우, 자사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이를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고, 이통사에 OEM 공급함으로써 이통사가 판매를 독점하는 식이다. 이러한 ‘주종’관계를 통해 이통사가 단말업체에 대해 발주량이나 가격을 책정하는 지배적 위치를 갖는다.

이 때문에 단말 제조업체는 이통사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소비자)과의 접점이랄 수 있는 유통 ‘권력’을 갖지 못해 이통사 정책의 ‘일부’가 돼버렸다는 자괴도 단말 업체 사이에선 적지 않다.

특히 이통사 정책상 복수 단말업체를 선호하는 가운데, 이통사 3사와 단말 8개사간 조합도 먹이사슬처럼 엮여있다. 경쟁을 유발, 입맛에 맞는 제조업체를 고를 수 있어 이통사는 복수 제조업체를 안고 간다는 것이다. 대신 이통사는 단말 개발비를 보전해주는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시장이 포화되면서 단말업체들의 이통사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통사)요구에 따라 ‘다품종 소량화’가 일반화 됐고, 그럴수록 ‘개발비 회수’라는 당근에 노출돼 단말 제조업체는 그저 현상유지는 지속할 수 있어 여기에 안주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단말 제조업체가 경쟁력을 가져갈 수는 없으리란 게 업계 분석이다. 개발비 보전 이상의 단말 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이 없으니 차세대 기술 개발 및 마케팅 여력 또한 가져갈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작금 일본 단말업체의 어려움은 이러한 구조의 누적된 결과라는 일부 분석은 그래서 다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단말 유통에 대해 이통사가 절대적 권한을 갖는 국내 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0년대 말 PCS 등장 이후 단말 유통에 있어 이통사 입김이 거세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제조업체 자체 유통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한자릿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조차 이통사 단말 정책에 휘둘리고 있는 실정.

최근 SK텔레콤 계열인 SK텔레시스가 단말 사업에 진출한 것 역시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다. 단말 차별화를 앞세웠지만, 예전 ‘스카이’ 시절처럼, 이를 매개로 이통사가 단말 업체를 ‘핸들’하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삼성•LG전자가 세계 2, 3위 글로벌 업체로 등극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본다면, 단말 유통에 있어 이통사의 절대적인 판매권한이 자국 휴대폰 산업에 독(毒)이 됐다는 분석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시장(소비자) 대신 이통사를 상대로 한 마케팅이 전부인 일본 단말업체의 현실이야말로 한국 휴대폰 산업에겐 반면교사로 손색 없어 보인다.

<2009.09.18.쇠.01:45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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